헌재, 탄소중립법 헌법 일부 불합치 판결… 2049년 온실가스 목표 설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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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소중립법 헌법 일부 불합치 판결… 2049년 온실가스 목표 설정 촉구
  • 김채원 기자
  • 승인 2024.08.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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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nbn시사경제] 김채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2049년까지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 미래 세대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29일 시민단체와 아동·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 소송' 헌법소원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법 조항은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적용된다.

이 사건은 2020년 3월 아시아 최초로 제기된 기후 소송으로, 4년 5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의미지만, 법 개정 전까지 적용을 유지해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헌재는 정부와 국회에 2026년 2월 28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재판관 전원 일치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각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그 이후의 장기적인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에 대해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 비율만으로 기후 위기에 적합한 최소한의 보호조치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19년간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과소보호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현재와 미래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하지 않아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행 선거법상 연령 제한으로 인해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입법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과소보호 금지 원칙과 법률유보 원칙 위반을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해당 조항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키면 현재 존재하는 중간 목표마저 사라질 위험이 있어 2026년 2월 28일까지 법 개정을 조건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40% 감축 목표) 수치만으로 미래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감축 목표 수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이 수치 설정이 과학적·전문적 영역인 동시에 사회경제적 정책과 외교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회원 19명이 아시아 최초로 제기한 기후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 기후 소송', 영유아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 소송', 시민 51명이 제기한 탄소중립기본계획 소송이 헌재에 접수돼 병합된 후 4년 만에 판단이 나왔다.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다는 법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아시아 국가들의 기후 소송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1월 대만에서도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최근 일본에서는 청년들이 화력발전 회사를 상대로 '청년기후소송'을 제기했다.

cw2001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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