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때려 죽이고 영상에 올리고…"솜방망이 처벌이 동물학대 부추겨"

'동물행동권 카라' 최민경 활동가 "학대 수위에 맞게 재판부가 엄중한 판결 내려야"

2022-02-28     전혜미 기자
사진=nbn 전혜미 기자

[nbn시사경제] 전혜미 기자

최근 고양이를 잡아 철제 틀에 가두고 산 채로 불을 붙여 죽이는 등 길 고양이뿐만 아리라 동물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온·오프라인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학대의 수위도 신체 및 물리적, 살해에 이르기까지 잔혹함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 학대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동물 학대 처벌 촉구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현행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를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들에서 징역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턱없이 낮아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미비한 수사와 처벌이 동물 학대 재발률을 높이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행동권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 동물정책 행동팀 최민경 활동가를 만났다. 

Q. 현재 동물 학대 처벌 관련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동물 학대 사건 대체로 처벌 자체가 약하게 나오는 편이에요. 동물보호법상 처벌 최고형이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이잖아요. 그런데 법정 최고형은 아직까지 나온 적이 아예 없고 실형 자체도 드뭅니다. 길고양이든 다른 동물이든 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Q. 길고양이 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례를 든다면

2021년 1월에 있었던 동물학대 오픈 채팅 ‘고어 전문방’ 사건이 대표적이에요. 채팅방에서 본인이 직접 학대한 사진과 영상을 수십 명과 함께 상시 공유했습니다. 가장 주체적으로 학대 행위를 했던 사람은 다수의 동물을 여러 가지 도구로 학대해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당시 당사자가 검거가 돼 재판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1심 판결은 집행유예가 나왔어요. 국민 청원도 27만 명이 넘었었는데도 합당한 처벌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에도 공분을 일으켰던 ‘경의선 자두’도 솜방망이 처벌의 또 다른 예입니다. 고양이를 내던져 잔인하게 살해했던 40대 남성이 법정에서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고양이 학대에 대해 처음으로 실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참혹하게 살해한 정도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양형이었다는 비판이 높았습니다. 

Q. 동물보호법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들, 특히 동물 학대 사건들은 검거도 잘 안 되고 어렵게 검거되더라도 처벌도 미약합니다.
처벌이 결국은 어떤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나 사회적인 메시지가 됩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검거되고 법에 따라서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또 다른 범죄가 예방될 것입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처벌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동물행동권 카라'의 활동가가 유기견을 구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Q. 다른 개선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동물보호법 강화뿐만 아니라 재판부가 학대 수위에 맞는 형량을 내려줘야 합니다. 
현재 문제는 실제 재판부에서 그에 따른 처벌을 내리지 않고 있어서 그 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동물 관련 범죄는 처벌받은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양형 기준 자체도 마련되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판부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처벌이 나오기도 해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그 학대 수위에 맞는 처벌 사례들이 꼭 필요한 실정입니다.

Q. 동물 학대 커뮤니티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처벌은

길고양이 학대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처벌도 꼭 필요합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성격상 이용자도 많고, 회원 가입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게시글을 쓸 수 있기에 그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동물학대 사진을 올리는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계속 운영된다면 동물을 학대해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동물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처벌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