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 피격 사건' 왜곡·은폐 확인"...서훈 등 20명 수사 요청

2022-10-14     김희선 기자
지난 7일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김희선 기자

감사원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관계자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13일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수사 요청에 따른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자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은 2020년 9월 발생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감사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가 실제 정보 수집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 아니라 국가안보실 방침을 기반으로 사건에 대한 종합 분석 및 발표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국방부는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 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받았고 국정원 역시 의도적 월북 가능성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자진 월북을 전제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씨는 ‘자진 월북’을 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표와 달리,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을 당시 처음에는 자진 월북 의사를 언급하지 않거나 왜 북으로 들어왔는지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다 북한군이 계속 캐묻자 뒤늦게 월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감사원은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의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 씨의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안보실은 추가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피살·소각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는 이 사실을 일단 제외한 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도 이날 이 씨 발견 정황을 보고 받았지만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작전 검토 등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역시 당시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해경은 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구조 조치도 실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가 위기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 씨에 대한 초동 대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북 전통문에도 이 씨의 피살 사실은 제외된 채 실종 상태인 것처럼 기재돼 북한에 전달됐다.

한편 이 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58분께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던 중 소연평도 남방 지점에서 실종됐다. 이튿날 오후 3시 30분께 실종 지점에서 27㎞쯤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1차로 발견됐다.

이후 이 씨는 북측 선박의 밧줄에 연결된 채 표류하다 2020년 9월 22일 오후 8시 50분께 다시 최초 실종 지점에서 38㎞ 떨어진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다. 이날 오후 9시 40분에서 50분 사이에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고 시신이 소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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