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남 작가, ‘문자 추상’ 지역 예술계 큰 주목을 받다
혼자만의 성찰과 독백의 기록으로 40년만에 개인전 열어 “문자는 공동의 소통기호”... ‘시간’, ‘세월’, ‘길’, ‘삶’, ‘빛’ 등을 화폭에 담다
[nbn시사경제] 김필수 기자
조용남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40년이 넘는 시점에 ‘문자 추상’이란 다소 생소한 소재로 개인전을 열고 전업 작가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어 지역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작가는 전남 장흥 출신으로 어린 시절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미술대학에 진학해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술학 전문가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대학원 졸업 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미술학 박사의 꿈을 접고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조 작가는 선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성공의 길을 걸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놓을 수가 없어 항상 손에 붓을 놓지 않고 생활했다. “문자는 공동의 소통기호이며 수단이기에 그림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전 세계의 문자를 소재 삼아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문자를 모본으로 삼거나 어떤 뜻을 내포한 것이 아니라 문자를 해체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더하고 보태서 기호적 형상들을 표현한다고 했다.”
문자는 다른 이들과 의미가 통용될 때 공공의 소통 기호가 된다. 그러나 조용남 작가의 그림 속 문자 형상들은 굳이 다른 이들에게 읽히려고 하지 않는 그 혼자만의 성찰과 독백의 기록들이다.
조 작가는 ‘문자추상’을 기본 오브제로 삼고 ‘시간’, ‘세월’, ‘길’, ‘삶’, ‘빛’ 등의 제목으로 ‘담다’, ‘걷다’라는 진행형들이다.
그는 매일같이 현실과 부딪혀야 하는 사업가로서 나날의 시간을 걸으며 인생행로의 길을 내고 세월을 엮어 내면의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조 작가의 작품은 특정 형상이나 낯익은 이미지, 주변 자연소재나 외부적인 시각요소들을 그림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면서 전시회를 염두에 둔 작업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롯이 무엇에도 걸림 없이 내적 자아에 몰입할 수 있었던 내면 일기들이다.
조 작가의 ‘길을 걷다’ 연작들은 대개 흑백 무채 색조로 문자의 형상 보다는 수없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갈라지고 서로 엮이며 종래에는 한 세계로 모아져 아스라이 펼쳐지는 굵은 선들의 조합이다. 바탕에는 여러 원색들이 얽히고설키며 깊은 어둠으로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런 속에서 수많은 인생의 길들이 부지불식간 서로 만나고 갈리고 엮이며 세상이라는 관계망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성찰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을 걷다’ 또는 ‘시간을 담다’ 연작은 ‘길’과 마찬가지로 굵은 선들이 여러 층위를 이루면서도 문자의 추상화에 더 가깝거나 무수한 선들로만 채워지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활동과 흔적들을 통해 드러나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윤곽선을 두른 알듯 말듯한 기호 형상들, 아니면 가늘고 촘촘한 선들의 중첩으로 화면 가득 채워놓는 연작들이다.
그러면서 근경과 원경, 과거와 현재 미래를 화면의 위아래 구도로 설정할 수 있는 ‘길’과는 달리 중심과 변방, 위아래나 가로세로 구분이 무의미한 전면회화(all over painting)방식이고 훨씬 더 많은 층위 들로 중첩되어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감상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빛을 담다’ 연작은 어두운 바탕으로부터 차츰 색조를 달리해가며 반투명한지 띠들을 여러 겹 겹쳐 올린듯 한 선묘 이미지가 많다. ‘시간’ 작업들과 비슷한 맥락이라지만 강한 색채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검은 무채색 선들과 대비를 통해 선명하고 윤기 나는 채색들이 강조 되어져 있다. 특히 빛은 희망의 상징이듯 연푸름이나 연두색들로 생명의 개화를 담아 내었다.
이와 함께 ‘세월’ 작업들도 몇 겹의 다져진 바탕 위에 최종이미지를 올리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문자 형상이거나 두터운 필선의 조형적 구성이 아닌 묽은 안료의 필선들이 물결지듯, 수면에 잔상들이 어른거리듯, 드리핑 기법처럼 담담하게 풀어놓은 점이 다르다.
조용남 작가는 40여 년의 작업을 변화를 찾아 바닥재나 안료를 바꾸고, 아예 캔버스라는 일정 프레임의 평면에서 벗어난 파격의 자유 추상을 시도해보려 한다. 캔버스 그림에서는 물리적 층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 화면의 중첩 효과를 철망이나 색다른 바닥재에 주변 오브제들을 끌어들여 기호화된 단순 형상마져도 뭉뚱그리거나 흐트러뜨려 볼 생각도 한다.
물론 작업의 근간은 문자추상이다. 특히, 지구촌 수많은 문자들에서 원시적 조형성을 찾아내어 그만의 조형세계로 풀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문자들이 지닌 의미와 소통기능 못지않은 조형적 심미성을 재구성해보려는 것이다. 색의 순도를 높이고 문자형상들의 조형적인 균질성, 화폭 전체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현 상태에서 나타나는 과제다.
조용남 작가는 “제 작업의 근원은 문자 추상을 기본으로 합니다. 40년 전 처음 그림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각했던 일관된 소재였고 특별히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았거나 문자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문자추상을 통해 나의 생각과 삶을 담을 수 있었고 형태의 변형을 통하여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작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문자형태의 변형은 제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조형 언어입니다. 기존의 양식과 형태를 변형하여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게 만드는 작업의 동력입니다. 문자의 형태와 변화, 다양성, 조형성, 심미성을 함축하여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라고 밝혔다.
조 작가는 “문자 추상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의미를 두는 것이 오히려 작업의 다양성, 생각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상자가 보면서 느끼는 반응과 방식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작품을 통하여 감상자의 내면에서 감응한다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작가의 의도성을 맞추려 하지 마시고 그냥 당신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끼십시오”라고 전했다.
조 작가는 아울러 “시간은 선이며 길이다. 길의 연결은 관계를 의미한다. 시간 속에서, 세월 속에서, 관계에서 마음과 마음을 선으로 연결한다. 연결된 마음은 초월적 인연을 만든다”라고 했다.
{조용남(YONGNAM CHO) 약력]
문자추상 서양화가
출생: 전라남도 장흥
조선대학교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국윤 미술관 기획초대전
단체전
무등산특별전 (국윤미술관)
신형회 정기전(무등갤러리)
광주미협회원전 모멘텀 창조적 진화전(광주 시립미술관)
부산 BAMA 아트페어(벡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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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아트쇼(송도 컨벤시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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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협회 · 광주미술협회 · 신형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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