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지명자 이진숙, 여야 갈등 예고...야권 "탄핵 공식 추진할 수 있어"

2024-07-05     조재희 기자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사진출처=MBC 뉴스 캡처)

[nbn시사경제] 조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지명하면서 여야 간의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 전 사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자는 MBC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기획홍보본부장, 보도본부장, 대전MBC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MBC 김재철 전 사장과 함께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MBC 퇴사 후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총선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패배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특보 대변인을 맡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정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는 언론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인선 발표는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지 이틀 만에 이루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에서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나.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기본적인 보도 준칙도 지키지 않은 보도"라며 "음성이 100% 정확히 들리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30년 넘게 방송 현장에서 일해온 전직 방송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이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만, 지금은 '흉기'로 불리기도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방송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영방송은 노동권력과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 후보자의 지명에 강력 반발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긴급성명을 통해 "연이은 인사 실패로 인해 이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후보자가 MBC 민영화를 논의하고 노조 탄압의 전면에 섰던 인물이라고 지적하며,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와 세월호 유족 폄훼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과거 SNS에 올린 'MBC와 KBS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청년들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는 글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공영방송을 혐오 콘텐츠와 저질 음모론으로 도배할 속셈이 아니라면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은 방송장악 국정조사에 이 후보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임명 철회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고 이 후보자가 방통위 2인 체제를 유지한다면 탄핵을 공식 추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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