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고가 월세 시대’ 가속화… 월 1000만원 거래 속속 등장

2025-02-06     김지연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경(사진출처= 구글 로드뷰)

[nbn시사경제] 김지연 기자

서울의 초고가 월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월세 1000만원을 넘는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고액 임대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 500만원 이상에 체결된 월세 계약은 총 13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1408건)과 비교해 전체적인 계약 건수는 소폭 줄었지만, 신규 계약 건수만 놓고 보면 1142건으로 전년(1091건) 대비 4.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세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임대차 계약도 지난해에만 25건이 성사됐다. 지난 18일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543㎡(5층) 주택은 보증금 15억원, 월세 1000만원에 거래됐다. 연초에도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84.54㎡(45층)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02㎡(30층)가 각각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100만원,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으로 계약됐다.

지역별로는 서초구에서 월 500만원 이상의 월세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지난해 서초구에서 성사된 고액 월세 계약(신규·갱신 포함)은 총 455건에 달했으며, 이어 강남구(445건), 용산구(222건), 성동구(95건), 송파구(5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시중은행들이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 전세를 대체하는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20.426을 기록하며, 전세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8월(116.082) 대비 4.344포인트 상승했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고층)의 경우, 보증금 4억원 기준 월세가 지난해 5월 450만원에서 12월 480만원으로 올랐다.

다만 이러한 초고가 월세 거래는 일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주택 매입 시 발생하는 세금 부담과 자산 유동성 문제로 인해 월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월세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애널리스트는 “고액 월세를 지불하는 임차인 중 상당수는 이미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일 가능성이 높다”며 “취득세 중과 및 시장 변동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추가 주택 매입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는 큰 목돈이 필요하고,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자 부담도 상당해졌다”며 “향후 기준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시장 반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분간 고액 월세 시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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