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근 영사 피살 25주기, 민간 추모 학술세미나..."무명의 별들에게"
- ‘순직 국가정보요원'에 대한 첫 학술세미나...장석광 "순직한 정보요원 처우 현실 아쉬워" - 1996년 10월 1일,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한 정보요원의 25주기 추모
[서울 = nbn시사경제] 원종성 기자
"최덕근 영사의 25주기 기일을 계기로 국가를 최우선으로 살다 '이름 없는 별'로 남은 모든 정보요원들을 기리는 행사"
9월 29일 오후 2시, 한국행정학회 세미나실에서 최덕근 영사 피살 25주기를 맞아 국정원 전직모임과 민간 학술단체들이 공동으로 ‘최덕근 영사 순국 25주기 추념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몇 달 전 원훈석(院訓石) 문제로 국정원의 정체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순직 국가정보요원에 대한 첫 학술세미나’ ‘국정원 순직 직원에 대한 민간차원의 첫 공개 추모행사’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1996년 10월 1일, 강원도에서 무장공비 소탕작전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강릉 앞바다에서 좌초된 북한 잠수함의 무장공비들이 산악지대를 통해 복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름째 우리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준 전시상태였다.
북한이 방송을 통해 연일 ‘백배, 천배 보복’을 협박하고 있는 긴장된 상황에서 블라디보스톡의 한국 외교관이 피살되었다. 백달러 위조지폐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던 안기부의 최덕근 영사였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영사의 시신에서는 북한 공작원들이 독침에 사용하는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 독극물 성분이 검출됐으며, 심한 두개골 손상과 오른쪽 옆구리 부분을 찔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이 현장에서 목격되었다.
사건은 여러 정황상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었지만 러시아 정부의 수사는 답보상태를 거듭하다 2011년 10월 1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 정부의 이의 제기가 받아 들여져 공소시효가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지금이라도 단서가 나오면 수사는 재개된다.
하지만 사건 발생이 20년이 지난데다,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연해주 소비에트 검찰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범인검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건은 미궁속에 빠져있다.
한국범죄연구원 이대희 원장이 진행한 이번 세미나는 최 영사의 동료였던 신언 해우회 회장과 서원환 심우회 회장, 정창열 북한연구회 회장, 최현철 21세기전략연구원 원장의 추모사를 시작으로 1세션에서는 최 영사의 약력 및 활동, 2세션에서는 국가정보요원의 순국과 보훈사례, 3세션에서는 최 영사 순국을 통해 본 해외정보활동 방향이 논의되었다.
실무를 맡은 추진위 간사 장석광 동국대 교수는 “최 영사의 25주기 기일을 계기로 국가를 최우선으로 살다 이름 없는 별로 남은 모든 정보요원들을 기리는 행사다"며 “정보기관 개혁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모사드와 CIA를 얘기하지만, 정작 미국과 이스라엘 국민들이 순직한 정보요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는 알려 하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한편, 학술단체에는 국가사이버안전연합회, 국가안보통일연구원, 국가유공자복지나눔재단, 나원호 요양원, 단우회, 미래대안행동, 북한연구회,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심우회, 정주진 TV, 진단과대안연구원, 청장생활정보‧법률연구소, 포럼 감성과문화, 한국범죄연구원, 해우회, 21세기전략연구원 등 16개 단체가 후원하고, 국정원, 외교부, 경호실의 전직들과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