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이원영 기자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식한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미루고, 향후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에 집주인들은 서둘러 매도에 나서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서울·경기지역의 부동산 탐색·거래 활동 및 시장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도시가구 부동산 활동조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부동산 거래에 나서는 동기나 원인, 시장 상황에 대한 매도·매수인들의 인식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토연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 상반기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거나 거래를 하기 위해 알아본 경험(탐색경험)이 있는 시민 1000~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300곳도 조사했다.
응답자들의 58~61%는 자가 거주자였다. 비자가 거주자의 경우 전세 거주자 비중이 24~28%대로 월세 비중(12~14%대)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비중이 28~33%대로 가장 높았고, 30대(21~24%)가 뒤를 이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500만원 이상’이 절반가량(45~51%)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은 ‘거주 주택 외 보유 주택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유 자산 규모는 ‘9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자(24~29%)가 세 차례 조사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5억~9억원 미만’이 19~20%대로 뒤를 이었다.
중개된 매물의 경우 아파트 비중이 56~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거래 가격은‘6억원 미만’이 45~49%로 절반가량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매물을 탐색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매수거래를 체결한 응답자는 지난해 상반기 61.2%였지만 하반기엔 56.3%로 줄었고, 올 상반기엔 47.9%로 더 줄었다. 지난해에는 10명 중 6명이 집을 알아보다 집을 샀지만 올해는 10명 중 5명 이상이 집을 알아보다 매수를 포기한 것이다.
김지혜 국토연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매물을 탐색 중인 응답자 비중은 작년과 올해 여전히 70%대를 기록 중”이라며 “그럼에도 탐색한 매물을 거래하지 않은 이유는 매매 및 전·월세 거래 모두 가격이 높아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수거래의 목적에서 실거주 사유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매수 사유에서 ‘거주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3.5%에서 하반기 42.1%, 올 상반기 38.2%로 계속 줄고 있다. ‘투자 목적’의 매수 비중은 작년 상반기(29.2%)나 올 상반기(29.5%)나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반해 ‘투자 목적 및 거주 목적 반반’은 같은 기간 17.3%에서 32.4%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택 매도의 경우 ‘세금 등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 매도 비중은 작년 상반기 43.7%에서 올 상반기 23.7%로 줄었다. ‘타 투자처 모색’ 사유는 10.3%에서 19.3%로 늘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세 감면에 나서면서 세금이 부담돼 매도하는 사례는 줄어든 반면 부동산 경기 하강 등을 우려해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비중은 늘어났다.
부동산 가격은 1년 만에 실거래가를 인식하는 흐름이 반대로 뒤집혔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실거래가 상승’이라고 인식한 응답자 비중이 82.3%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엔 19.3%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 감소’ 인식 비중은 3.7%에서 51.0%로 늘었다.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집주인들은 서둘러 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매거래의 급매물 비중은 6.7%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엔 53.0%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월세 거래 역시 같은 기간 급매물 비중이 7.0%에서 32.3%로 확대됐다. 전·월세보단 매매거래에서 급매물 확대폭이 더 크다.
매도에 나선 응답자들 중 ‘매도 여건이 좋지 않다’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2.4%에서 올 상반기 56.0%로 증가했다. ‘매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67.4%에서 69.2%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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