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강지원 기자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철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홍범도 장군을 '볼셰비키즘(소련 공산주의)을 신봉한 공산주의자'라며 정부 지원사격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홍범도 장군은 두 아들을 독립전쟁의 전투 중에 잃었고, 부인도 일제에 체포돼 고문으로 순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며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색깔론으로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철 지난 색깔론에 꽂힌 대통령의 언행이 점입가경”이라며 “작년 7월 윤 대통령은 첫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새 정부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은 한결같다며 ‘우클릭’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홍 장군 흉상 이전에 찬성하는 여당을 향해서는 “‘벌거벗은 윤 임금님’을 찬양만 할 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공식 논평 한 줄 나오지 않았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도 지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해 투쟁한 사실은 사실대로 평가해 독립유공자로 예우 받는 것은 존중한다”면서도 “볼세비키즘을 신봉하고 동족을 향해서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적으로 돌렸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군의 사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참변이 일단락된 후인 1921년 9월 스스로 고려공산당 간부라고 밝혔다”며 “‘우리 고려 노동 군중에게’라는 문건도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문건에서 ‘우리의 적은 일본 침략주의자뿐 아니라 동족 내부의 관료 및 유산자(有産者), 외홍내백(外紅內白·겉만 붉고 안은 하얗다)의 가면 공산당원들이다’라며 뼛속까지 붉은 공산당원이 아니면 우리 민족까지도 적으로 돌렸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도 “홍범도 장군은 ‘독립투사’였지만 적지 않은 기간을 ‘공산당원’으로 살았기에, 저는 그의 흉상을 굳이 대한민국 ‘반공·호국 간성의 요람’인 육사에 설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며 “ ‘반공’의 정체성 속에 태동하고 성장·발전해온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와 국군이 ‘공산당원 홍범도’를 기리고 추앙케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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