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임은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 반영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권리당원 표 가치를 높이는 당헌 개정을 확정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주 요구 중 하나가 수용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에 당내 계파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이후 유입된 민주당 권리당원 중 상당수는 개딸로 일컫어지는 강성 지지층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알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경선 시 성과가 저조한 현역의원들에 주는 불이익을 강화하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이 행사하는 표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찬성 67.55%, 반대 32.45%로 가결했다.
중앙위는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기초자치단체장, 상임고문 등 모두 600여 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중앙위원들이 대거 친명계 인사들로 꾸려져 이날 안건들이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위 모두발언에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당 지도부로서는 당원 민주주의와 당 민주화 측면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어느 정도 표의 등가성 보장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시도하게 됐다"고 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와 27일 당무위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중앙위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되고,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대신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현행보다 3배 이상 높인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친명(친이재명)계가 비주류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고 차기 지도부까지 독식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중앙위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도 비명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특히 이날 투표 과정에 여러 '꼼수'가 섞여있다며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의원이나 박용진 의원 등 소신파뿐 아니라,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전해철 의원도 공개 반대토론에 나섰다.
먼저 첫 발언자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의 핵심이 뭐냐. 예측 가능성이다”라며 "그런데 바로 이렇게 (총선) 코앞에서 바꾸나.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당헌이 편의주의적으로 바뀌면 다음 지방선거 때는 기초·광역단체장에 관련된 당헌·당규는 그때 또 지도부의 편리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이라며 "당의 원칙과 국민 약속을 지켜달라.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중앙위 회의 후에도 자신의 SNS에도 글을 올려 "우리 당헌 97조, 101조에는 후보자의 심사기준, 경선방법은 선거일 1년 전에 결정한다고 기간을 명시해두고, 102조에서는 심사결과에는 경선결과를 포함한다고 하고 있다”며 "문재인 당 대표 시절부터 굳건했던 '1년'의 예측 가능성, 시스템 공천의 근간을 감산기준 변경을 통해 '경선 결과'를 흔들어 버려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이 대표가 말한 국민 눈높이의 국민이 누구인지 굉장히 의심스럽다"라며 "말 바꾸기를 일삼고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것도 국민 눈높이냐"며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 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 권력이 된다는 것을 나치에서 봤다"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태극기 부대와의 결합으로 총선에 패배했다.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고강도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왜 중앙위를 온라인으로 반을 섞어서 하나. 온라인으로 하면 토론을 안 듣고 그냥 투표만 한다"며 "이런 것 또한 통과시키려는 꼼수밖에 안 된다. 이제 '꼼수 정당'이미지를 탈피해달라"며 회의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모임 소속 윤영찬 의원은 "지금 당 분위기는 대의제가 악이고, 1인 1표제 직접민주주의가 선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면서 "대의제는 숙의정치를 하고, 일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장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존재해 왔다. 대의제를 중심으로 하되 직접민주주의를 어떻게 보완할 건가를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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