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탐방] 지붕 없는 박물관 ‘여주’의 팔색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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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탐방] 지붕 없는 박물관 ‘여주’의 팔색 매력에 빠져보자!
  • 이송옥 기자
  • 승인 2023.12.1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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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남리섬 유채꽃밭과 이포보(왼쪽), 당남리섬 유채꽃밭과 이포보
당남리섬 유채꽃밭과 이포보(왼쪽), 당남리섬 유채꽃밭과 이포보

 

[nbn시사경제] 이송옥 기자

여주시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여주는 고속도로 IC가 8개나 가로지르는 말 그대로 사통팔달한 곳이다. 자전거로 갈 수도 있다.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여강)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거길은 자전거족이 사랑하는 길이다. 또 여주사람들의 자랑이자 걷기족의 최애 코스인 여강길도 빼놓을 수 없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된 친환경문화생태탐방로인 여강길 11개의 코스에서 추가로 강천섬길이 개통됐다.

 

길과 물의 도시 여주 여강길 ‘힐링과 쉼의 길 3-1코스 강천섬길’을 걷다

여강길3-1코스 강천섬길 노선
여강길3-1코스 강천섬길 노선

강천섬길은 총 길이 5.5km에 평지길로 1~2시간이면 도보여행이 가능하고 가족, 연인들이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면 좋은 길이다. 강천마을에서 출발해 강천섬을 한 바퀴 걷는 원점회귀 코스로 여강에 있는 여러 섬들 중 가장 면적이 넓다. 강천섬은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들에겐 성지로 통할만큼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섬 중앙에 있는 드넓은 잔디광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섬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강물과 달빛이 어울려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하기도 한다. 

신륵사와 강월헌
신륵사와 강월헌

 

강천섬에 봄이 오면 목련이 예쁘다. 고목이 된 몇 그루 목련이 피우는 흰 꽃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여름엔 드넓은 잔디광장, 가을엔 은행나무 단풍을 봐야 한다. 잔디광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노란빛으로 섬 전체를 환하게 밝힌다. 거대한 느티나무 군락도 있는데, 옮겨 심은 나무들은 많이 고사했으나 지금 되살아나는 가지도 생겨나고 있다. 환생하는 가지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당남리섬과 이포보, 파사산성

강천섬길을 걸었으면 다양한 봄꽃과 유채꽃이 아름다운 당남리섬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축구경기장의 20배 크기에 달하는 당남리섬은 특히 5월에 들어서면 유채꽃이 장관이다. 레몬 색깔 같기도 하고, 새싹의 연둣빛 같기도 한 유채꽃은 보는 자체로도 황홀하며 옆에 군락으로 핀 다른 거대한 꽃밭 안에는 벌들의 윙윙 소리가 드론을 날리는 소리만큼 우렁차다. 
당남리섬에는 이포보와 하천변을 따라 오토캠핑장도 드넓게 조성되어 여가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텐트는 물론 카라반까지, 주말을 찾아 여가를 즐기러 온 시민들로 늘 만원이니 여주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예약은 필수이다. 

영릉(英陵) 세종대왕과 소현왕후 합장릉(왼쪽), 세종대왕릉 입구
영릉(英陵) 세종대왕과 소현왕후 합장릉(왼쪽), 세종대왕릉 입구

당남리섬 바로 앞에 있는 이포보는 여주시의 새인 ‘백로’와 생명을 품은 ‘알’을 형상화했다. 이포보 동쪽으로 보이는 파사산은 해발 230m의 야산으로 능선을 따라 축조된 삼국시대 석축 산성이 남아 있다. 현대에 지어진 이포보와 파사성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포대교는 조선시대 4대 나루터였던 이포나루가 자리한 곳이다. 마포나루, 광나루, 조포나루와 함께 전국의 물산이 모여들며 중요한 나루터 역할을 한 이포나루는 제 역할을 마친 뒤 사라졌지만 이포대교와 이포보가 그를 대신하듯 시민들의 삶에 가까이 있다. 
파사산성 밑자락, 이포대교 사거리 입구에 전국에서 알아주는 천서리 막국수촌이 있다. 먹을수록 살아나는 칼칼한 매운맛을 찾으면 비빔막국수를 추천한다. 물론 동치미국물에 꿩고기 육수로 은은한 맛을 낸 시원한 물막국수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다. 성업중인 막국수집들이 각각의 맛 차이가 뚜렷해서 단골들이 다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만나는 신륵사 강월헌
이포보 오토캠핑장과 더불어 여주도시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금은모래캠핑장도 주말이면 늘 만원이다. 캠핑장 뒤편 강변으로 여주의 상징인 ‘황포돛배’ 선착장이 나온다. 황포돛배는 바람의 힘으로 사람과 물자를 수송했던 배로, 여주는 국토의 대동맥을 연결하는 한강 상류지류인 남한강을 끼고 있는 고장으로 물자교역이 번성했다. 지금은 여주시에서 황포돛배를 재현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남한강변의 절벽에 신륵사의 강월헌이 수묵담채화처럼 은은하고 아스라하다. 신륵사는 남한강의 안정을 위해 강 옆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1469년 세종대왕릉(영릉)이 여주로 천장되며 신륵사는 영릉을 보호하는 원찰(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서 이름을 알렸다. 덕분에 신륵사 경내의 주된 불전은 대웅전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극락왕생을 비는 극락보전(경 기도유형문화재 제128호)이며, 석등(보물 제180호), 보제존자 석종부도, 석종비(각각 보물 제228호, 제229호) 등의 유물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 너머에서 바라봤던 경내의 강월헌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앉아 옛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고려 말의 고승 나옹(1320~1376)은 불교 3대 화상으로 일컬어지는 지 공, 나옹, 무학대사 중 한 명으로 고려말 왕사이자, 조선건국에 기여한 자초 무학대사의 스승이다. 법명은 혜근, 법호는 ‘나옹’ 실호는 ‘강월헌’이다. 
신륵사의 강월헌은 나옹의 다비 장소로서 혜근 생전의 당호를 따라 강월헌이라고 이름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강월헌은 1972년 홍수로 떠내려간 건물 대신 1974년 철근과 콘크리트로 2층의 정자를 새로 지어 올린 것이다. 그럼에도 여주의 남한강가에서 고고하고 신비한 빛을 그리는 강월헌의 존재는 묵직하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을 잇는 ‘왕의 숲길’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을 잇는 ‘왕의 숲길’

성군의 가르침을 받드는 도시, 여주

영릉(英陵)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중 민족의 성군,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묘다. 세종대왕 영릉을 마주하기 앞서 만나게 되는 것은 세종대왕역사문화관. 2017년 5월 개관한 문화관은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의 일대기와 업적을 실물과 디지털로 구현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데, 어른은 물론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과 비주얼이 소통하니 가히 세종대왕역사문화관답다. 
세종대왕 영릉은 하나의 봉분 아래 석실 2개를 붙여 왕과 왕비를 함께 안치했다. 1446년 소헌왕후가 돌아가신 후 헌릉(태종의 능) 서쪽에 영릉을 조성하고 1450년 세종대왕이 돌아가시고 합장했다. 지금의 여주 영릉에는 예종 1년인 1469년 천장되었다. 영릉은 조선 전기 왕릉 배치의 기본이 되는 능이다. 영릉을 여주로 옮긴 이후 그 능지가 천하의 명당이라 조선의 국운이 100년이나 더 연장되었다며 ‘영릉가백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효종대왕 영릉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영릉(寧陵) 주차장에서 바로 진입하거나 세종대왕 영릉과 연결된 ‘왕의 숲길’을 걷는 것이다. ‘왕의 숲길’은 <조선왕조실록>에 숙종, 영조, 정조 임금이 행차하여 영릉(寧陵)을 먼저 참배한 후 영릉(英陵)을 참배했다는 기록이 있는 길이다. 약 700m로 15분 정도 산책할 수 있어 영릉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는 길이다. 
영릉(寧陵)은 조선 17대 효종과 인선왕후의 능이다. 효종대왕이 돌아가시고 구리시 동구릉에 조성했으나 병풍석에 틈이 생기는 문제가 일어나 현종 14년 1673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다. 이듬해 효종대왕의 비인 인선왕후가 돌아가시자 무덤을 같은 언덕 아래에 조성해 조선왕릉 중 최초로 동원상하릉 형식이 되었다. 효종대왕 능에만 곡장(曲墻)을 둘러 왕후의 무덤과 구별했다. 나머지 석물의 배치와 규모는 동일하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넉넉하고 평안한 느낌이라면 효종대왕의 영릉은 소박하고안락한 느낌을 준다.

영릉(寧陵) 재실에 있는 회양목
영릉(寧陵) 재실에 있는 회양목

조선왕릉의 재실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멸실된 것에 반해 효종 영릉 재실은 조선왕릉 재실의 기본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다. 공간 구성과 배치가 뛰어나 보물 제1532호로 지정되었다. 재실을 둘러보며 꼭 봐야 할 회양목이있다. 회양목은 보통 작고 낮게 자라는데, 보기 드문 큰 노거수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95호로 지정되었다. 
역사 유적지를 걸어보는 것은 나의 근본을 돌아보는 일이다. 재미있는 점은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조선 최고의 평화 치세를 여셨던 세종대왕과 구한말 핍박 속에 고통을 겪던 조선 민중에게 평화 사상으로 근대 철학을 정립한 동학2대 교주 최시형의 묘소(경기도 기념물 제228호)도 여주시에 함께 있다. 위로는 위대한 대왕에서부터 아래로는 민중의 대변자였던 조선 최고의 두 분사상가를 모신 여주의 묘소 순례를 기획하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금사면에 있는 해월 최시형 선생 묘소 인근 산북면에는 외교로 여진족을물리치고 강동6주를 개척한 서희장군 묘소(경기도 기념물 제36호)도 있다.영릉에서 차로 15분만 나서면 세련된 명품 브랜드를 쇼핑할 수 있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도 있으니 여주의 매력은 다채로움이다. 하루만 시간 내도 쇼핑, 역사, 문화, 여가, 맛까지 이 곳 저 곳을 오고 가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있다. 여러 경험 중에 한 끼 식사만큼은 대대로 임금님께 진상했던 여주쌀밥정식으로 맛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1박을 생각한다면 여주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금은모래캠핑장과 이포보 오토캠핑장을 이용한다면저렴한 가격에 최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maceye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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