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임소희 기자
지구 멸망까지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이 작년과 같은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됐다.
미국 핵과학자회(BA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현지시각 23일 '지구 종말 시계’에서 종말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90초’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BSA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핵전쟁 우려가 커지자 2020년부터 유지하던 100초 전 초침을 지난해 90초로 당긴 바 있다.
이들은 올해 시계를 자정 전 90초로 설정한 근거로 핵 위협, 기후 변화에 대한 부족한 조치, 인공지능(AI)과 새로운 생명 공학의 오용 등을 들었다.
레이첼 브론슨 BSA 회장은 "전 세계 분쟁 지역은 핵확산 위협을 안고 있고, 기후 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다"며 "AI와 생물학적 연구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은 안전장치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핵 무기 사용의 위험성 역시 언급했다.
브론슨 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은 요원해 보이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여전히 심각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러시아는 수많은 우려스러운 핵무기 사용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핵보유국으로 지구 종말 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 지역 분쟁이 확대돼 더 큰 전쟁이 일어나면 더 많은 핵보유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2023년 세계는 기록적으로 가장 더운 해를 겪었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도 계속 증가하면서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며 “전 세계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기록을 경신했고, 남극 해빙은 위성 데이터가 등장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가 1조7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투자가 이를 상쇄했다고 덧붙였다.
BAS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을 중심으로 1945년 설립된 단체다.
‘지구 종말 시계’는 2차 대전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핵무기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1947년 만들어졌다.
창립 당시 설정된 시각은 '자정 7분 전'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던 1953년에는 종말 2분 전까지 임박했다가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 17분 전으로 가장 늦춰진 바 있다.
시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줄곧 핵이었으나, 2007년 처음으로 기후 변화가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특히 2015년에는 BAS가 남은 시간을 3분으로 줄이며 그 주된 이유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이후 핵무기 위협과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시계는 자정 2분 전으로 설정됐으며 2020년에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자정 전 100초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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