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강상구 기자
스타북스가 도서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출간했다. 교과서에도 실린 ‘초혼(招魂)’이란 시에는 김소월의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김소월은 1904년 태어나 2년 만에 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폭행을 당해 정신이상자가 되는 바람에 광산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댁으로 이사해 성장했다.
소월은 남산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5년 평북 정주의 조만식 선생이 교장으로 있던 오산학교로 진학해 스승인 김억의 도움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고 문단에 데뷔까지 하게 된다. 한편 김소월은 오산학교를 다닐 때 3살 많은 ‘오순’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 의지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사랑을 나눴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소월은 오산학교 재학 중인 1916년 14세 때 할아버지 친구의 손녀인 홍단실과 강제로 결혼한다. 그 당시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몇 년 후 오순이도 19살이 됐을 때 억지로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이후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은 끊겼지만 소월은 힘들 때 자신의 아픔을 보듬어주던 오순을 잊지 못하는 심정을 담아 시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사이에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난다.
결혼 후 3년이 되던 해 오순이가 그의 남편에게 맞아 사망한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심한 의처증으로 인해 걸핏하면 폭력을 일삼는 인간이었다. 소월이 아픈 가슴을 억누르고 오순을 떠나보내면서 사랑했던 그녀를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시가 ‘초혼(招魂)’이다.
김소월 사망 후 연보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시집의 최신판
소월은 한국 시문학의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와 드라마, 영화, 가곡, 노래로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나라를 빼앗긴 깊고 무거운 어둠의 시대를 가볍고 찬란한 빛으로 바꿔준 김소월의 시어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고단한 일상을 위로해주고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며 치유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23년 9월 20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1억65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근현대문학 서적 경매 역사상 최고가로, 기존 최고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의 낙찰가 1억5100만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진달래꽃’은 1925년 12월 23일 인쇄하고, 26일 발행된 그의 대표작인 ‘산유화’, ‘초혼’, ‘엄마야 누나야’ 등 127편이 실린 김소월 생전 유일한 시집이다.
2019년 10월 10일 동유럽 국가 우크라이나의 최고 명문대학인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대학 식물원에 한국의 국민 시인인 김소월의 흉상이 설치됐다.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초판본 ‘진달래꽃’ 시집에 실린 127편의 시 외에 77편을 더 찾아 현재 출간된 김소월 시집으로는 가장 많은 총 204편을 실었다.
김소월은 민족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서정시인으로 더욱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사랑에 대한 시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시어들은 너무나 감미로워 한글의 우수성까지 한껏 뽐내고 있으며,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언어로 AI조차 복제할 수 없다고 한다.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는 희자매가 불러 TBC 인기가요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실버들’이 유작임을 밝히고 생애의 연보와 사망 후 김소월의 문화예술 세계를 정리한 최신판 시집이다. 또한 현재까지 출간된 시집으로는 가장 많은 시가 담겨있다.
‘진달래꽃’에 실린 시는 초판본 순서 그대로 정리해 첫 발간 당시의 의미를 살리되 표기법은 원시의 느낌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게 현대어를 따름으로써 읽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김소월의 시를 읽으며 시대의 아픔과 시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선 생의 의미를 찾게 됐으면 한다. 한 편의 시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해주고 메마른 감성에 치유의 손길을 잡아준다. 소월의 시를 읽는 이들은 감성을 폭발시키는 아름다운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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