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고보경 기자
소위 '해외직구 금지'로 불리는 해외직구 KC 인증 의무화 정책에 사회적 반감이 거센 가운데, 여권에서는 대선 잠룡 간 설전에 불이 붙었다.
앞서 정부는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80여 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고,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를 통해 이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해 사흘 만에 철회했다.
이에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과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들이 "전형적 탁상공론 또는 정책 실패의 전형" "정부가 무능하다는 인식을 국민 속에 각인시키는 계기" 등의 비판을 쏟아낸 것.
여당 중진들마저 정책을 비판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오전 본인의 SNS에 자중을 요하며 여당 의원들의 처신을 지적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사리가 분명해 극히 작은 일까지 알 수 있다)'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정부와 여당은 늘 책임있는 자세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모습이 국민을 모시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이 오히려 설전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오 시장의 발언에 먼저 반응한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뜬금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라며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오 시장이 해외직구 금지를 비판한 여당 중진을 특정한 것을 지적하며 "제가 17일 오전에 맨 처음 비판했으니 오 시장은 저를 비판한 모양인데, 그런 생각이라면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재차 "'건강한' 당정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단순 비판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부 정책에 일부 거친 면이 있었고 성급한 측면도 있었기에 사과까지 했지만 애당초 전체 직구도 아니고 어린이용, 전기·생활, 생활화학 등 우리 일상에 밀접한 제품만 규제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정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은 저의 의도를 곡해한 듯해 아쉽다"라며 "'여당 내 야당'이 되어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되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 전 의원 역시 재반박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오 시장은 그렇게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왜 대통령실과 정부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를 공식 철회하고 사과하기 전에 말리지 않았느냐?"라며 "오 시장의 직구 금지 주장이 맞다면 저에게 시비걸 게 아니라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비판하시라"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당정관계'니, '야당보다 더한 여당'이란 감정적 언사로 논점을 이탈하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 마시라"라며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 시장이 유 전 의원에게 정부에 직접 말하지 않고 SNS를 통해서만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오 시장은 왜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비판하느냐? 무논리이다. 메시지와 논리가 빈약해지면 감정적으로 메신저를 공격하는 건 좀스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같이 유 전 의원과 오 시장 간의 설전이 거칠어지는 와중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참전했다.
한 전 위원장은 21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방향은 맞다는 것만으로 좋은 정책이 되지 않고, 선의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그러니 더 정교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의 글이 게시된 이후 오 시장은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도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취했다.
유 전 의원은 이에 "당초 주제였던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젠 SNS만 남았다"며 "여당 정치인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건 무슨 억지냐. 필요 최소한은 누가 정하는 거냐"고 지적했따.
그러면서 "건전한 비판과 의견 제시, 사회적인 토론을 통해 국가정책에 반영되는 이 모든 과정이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며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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