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채세연 기자
8일 오전 9시 50분경, 세종시 종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소방본부, 권익위에 따르면, A씨는 서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관사로 사용하던 이 아파트에서 생활해왔다.
현장에서는 A씨가 자필로 쓴 메모 형식의 유서가 발견되었으며,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내용과 함께 "힘들다"는 하소연이 담겨 있었다. A씨의 부하직원이 그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자 아파트를 찾았다가 이 상황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올해 3월 8일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로 임명되어 업무를 수행해왔다. 부패방지국은 청렴 정책, 청렴 조사 평가, 부패 영향 분석, 행동 강령, 채용 비리 통합 신고 업무 등을 총괄한다. A씨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사건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이재명 전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의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등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권익위 규정상 신고가 접수되면 6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지만, 이들 사건은 결과 발표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됐다. A씨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정무위에서는 권익위가 김건희 사건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을 직접 조사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 청탁금지 업무 담당자를 묻자, A씨는 "청탁금지법 제도 운영과 관련된 차원에서는 파악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조사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6월 김건희 여사 관련 신고 건을 처리하는 시점 즈음에 지인들에게 심적 부담을 토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6월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자체 종결 처리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하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검 및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는 유족과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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