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nbn시사경제] 양동익 정책칼럼
사회 전반에 걸친 표준계약서의 조건에 대한 법률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모든 거래에 있어 계약관계가 중요시 된다.
당사자 간 계약은 동시에 법률행위로 제한을 받는 것이고 이를 따라야 할 의무를 진다. 법률은 기본적인 계약의 범위와 계약이 성립되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 있어서 계약법은 민사법의 중심축을 이루는 한 분야이다. 법률에서의 계약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당사자 간의 약속이나 합의를 말한다.
또한 계약의 성립에 있어서 약인(約因)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서명이나 도장을 찍는 행위다. 계약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약 본질에 관한 문제로 일반적으로 약속이론과 신뢰이론이 있다. 약속이론이란 계약구속력의 근거를 약속자체에서 찾고자 하는 고전적 계약이론으로 자연법적 명제에서 약속행위로부터 그 약속의 이행의무가 생긴다는 이론이다. 신뢰이론은 계약의 구속력의 근거를 “계약행위로부터 생긴 상대방의 신뢰”에서 찾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결국 두 가지 모두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계약은 당사자 간의 채권·채무관계의 성립, 변경과 소멸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이 된다. 보통법 체계를 대표하는 법으로 수많은 법원판례를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계약관계를 갑을관계라고 표현한다. 이는 계약의 불공정성을 단편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계약의 성립조건은 대등한 조건에서 상호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대등한 조건에서 계약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근로계약과 임대차 계약은 근로기준법과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계약의 기준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계약의 불공정한 관행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회 일반에 걸쳐 있는 계약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
플랫폼사업의 발전은 IT공룡들을 만들고 있다. 관련 법률이 미비한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들과 관계사업자들에게 불공정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온라인상에서만이 아니라 기존의 시장에도 직접 진출하여 오프라인의 물류산업 생태계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가능한 일이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률에 허점이 있음을 말한다. 이는 독과점에 대한 개념과 개별상품시장에 대한 구분 자체가 불명확한 이유 때문이다.
독점이란 시장점유율 등과 같은 지표를 통해 측정된 독점력을 뜻한다. 독과점이란 이 같은 독점력이 높은 시장구조를 지칭하는 용어로 흔히 사용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독과점기업 여부에 관해서 법률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과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동 시행령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용어로써 독과점기업을 규정한다.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인 자와 3명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70 이상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시장을 기준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 상품의 출현과 여러 서비스가 통합되고 있는 현재의 서비스 상품 시장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에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반도체, 전기배터리, 수소산업, 전기자동차 등 기술혁신에 따른 독점적 시장구조가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예외품목이 될 수밖에 없다.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이유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계약관계의 우월적 지위의 남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독과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은 상품거래의 독과점구조에 한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광범위한 계약관계로 확대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공정거래계약의 원칙수립은 사회 전반에 걸친 공정한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국가가 직접 민간의 계약관계에 제한을 모색한다는 것이 극단적 자유주의자나 사회 기득권의 저항을 받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저항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고 이에 대한 규정을 정하는 행위가 사적 자율성이 기반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공정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가 재정과 지자체, 공기업의 재정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민간에 작용하는 계약관계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 공정거래의 기반이 된다. 용역계약부터 물품조달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계약관계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정부기관의 입찰방식은 일반경쟁, 제한경쟁, 지명경쟁, 수의계약 4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경쟁을 제외한 나머지 경쟁 방식이 불공정 사례를 만들고 담당자와 관리 책임자의 유착관계를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방법에 적용되는 기준이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수의계약의 경우도 충분한 비교 대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적정가격 입찰은 종합심사낙찰제로 건설·시공분야에서 우선 시행되고 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국민의 비난을 받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시행되었다.
인쇄인들이 적정가입찰제나 인쇄단가표의 부활을 주장하는 이유는 생존과 직결된 절박함에서 기인한다. 조달청이 인쇄단가표를 공표하지 않은지 십여 년이 흘렀다. 대부분의 거래가 인쇄단가표 이하에서 이뤄지고 자율 시장 경쟁에도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장가격에 대한 최소한의 잣대 역할을 하던 인쇄단가표가 없어지자 시장의 출혈 경쟁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아울러 최저가입찰제를 따르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수물량 발주는 출혈 경쟁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마지막 단가표가 발표된 이후 몇 년간은 약간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적용됐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전체적인 인쇄물량이 떨어지는 요즘 시대에는 과열경쟁으로 납품가격을 맞출 수 있는 대형업체만이 살아남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가 민간에 지출하는 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국민경제의 큰 틀에서 본다면 정부의 재정지출은 국민경제의 흐름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시절 연말에 잔여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멀쩡한 보도를 엎고 다시 시행하던 악순환을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는 예산에 대한 절약이 아니라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비난이 오히려 불용예산을 증가시키는 이유가 되었고 차기년도로 이월시키거나 이를 폐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경제의 흐름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산의 효율적 편성과 이에 대한 징벌적 제재는 국가재정 관리에 중요한 문제이다. 공공기관의 재정지출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의 경제 흐름을 주도하여 그 역할을 갖는 것이기에 불용예산을 쌓아놓는 것보다는 차라리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이득이 되는 것이다.
국가의 모든 계약은 사회의 공정한 계약관계를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모든 입찰이 적정가격 입찰로 전환하여야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방대한 조달품목에 대한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는 조달청의 역할이 되어야 하고 이는 전체 공공기관의 효율적 업무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조달청의 등록가격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조달 품목의 기준이 되고는 있으나 오히려 높은 가격을 산정하게 하여 시장에서 이익을 보고자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달청의 가격산정을 위한 역량 부족을 말하는 것이고 역할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달청과 군납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정립되어야 한다. 국가경제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부패를 방지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수동적인 자세보다 진일보한 책임과 역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사회의 공정한 계약관계의 정립에 기준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이다. 적정가격을 기준으로 한 공공입찰의 공정성을 제도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재정을 전반적으로 운용하는데 있어 효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된다. 조달청에 공급물품 등록은 개발된 상품의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시장진출은 조달품목의 등록과정과 군납과정에서 인증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진출을 원활히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공정거래계약의 원칙수립과 공공기관 적정입찰제 도입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국가재정을 통한 확대재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국가의 재정지출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는 공무원의 책임의식이 필요한 문제이고 또한 의식전환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계약관계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고 이는 공정한 사회질서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다. 공정함은 기다리는 순서를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가 새치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공정성을 실현한다는 것은 단순한 것일 수 있으며 국민의 의식 전환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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