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nbn시사경제] 김형만 선임기자
수도권 해상관광의 메카이자 ‘핫플레이스’인 대부도의 인기는 바다를 동경하는 나들이객들에게 단연코 여행지 0순위로 꼽히는 섬이다.
대부도는 초입 방아머리부터 탄도까지 구석구석 자연, 문화, 역사, 체험, 먹거리 등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어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장소들도 있다. 그중 쉽게 접할 수 없는 옛 기록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배우고 ‘기회의 땅, 생명의 메카라’ 자부하는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주소로는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에 속하고 대부도 쌀섬으로 지도 검색을 하면 간척지 지대의 작은 섬으로 표시되는 곳에 ‘시화간척지영농조합연대’의 둥지가 있다.
이곳은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메타세쿼이아 길(탄도항 방향) 끝 삼거리에서 “당나귀와 목화밭을 담은 살섬” 이정표를 보고 도로 끝까지 들어가면 된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왼쪽으로는 광활한 시화호간척지가 펼쳐지고 그 앞쪽에 벼가 익어가는 황금빛 들녘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도로 양쪽으로 오래된 흑백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사진들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그곳이 목적지이다.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단, 시간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목화밭과 당나귀가 있는 설섬으로 달려가고 싶겠지만 어른들은 길가에 전시된 사진들에 걸음이 멈춘다.
그곳에 전시된 사진들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들이 아니다. 그곳 해설사들의 설명에 의하면 국보급 사진들도 있다. 시화간척지사업으로 지도 속에서 사라진 ‘군자만과 수인선’ 사진을 통해 시간과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마당이 있고, 연해주·시베리아·간도·만주 초기 한인사의 역사와 문화, 동학운동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이곳에 있다.
‘시화간척지영농조합연대’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한 해설사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질문에 구구절절 자세히 답해준다. 그리고 소개해 주는 사람이 있다.
“이곳이 이만큼 성장시킨 공로는 조합원들이고 나는 안내자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시화지구간척지영농조합연대 황문식 대외협력위원장이다.
황 위원장은 대부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시화간척사업 이전 풍요로운 군자만 어촌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자 바다를 빼앗긴 지역 주민들의 제2 희망이자 꿈의 무대 시화간척지를 기회의 땅, 생명의 메카로 일구어가는 일에 헌신적인 인물이다.
황 위원장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에 등록된 39개의 영농조합 중 23개의 조합이 참여해 연대를 구성하고 조합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회의 땅을 일구는 일에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생명운동과 협동운동, 지역 공동체운동을 펼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원주 무위당 사람들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연대 조합원들과 이분들의 도움이 저에게는 힘의 공급원이자 정신적 지주였다”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을 필두로 조합원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해설사로 봉사활동하고 목화밭과 약초를 재배하고 농사짓는 일 등 일인다역을 해내며, ‘농업’의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곳의 전반적인 이해와 역사는 ‘시화간척지영농조합연대’의 컨트롤타워격인 그린스마트팜스쿨농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에는 시화간척지사업 전 풍요로웠던 어촌마을의 생생한 모습, 어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황금어장에서 잡은 새우젓과 생선을 싣고 마포 나루터를 오가던 그 당시 어선들 자료, 일제강점기 수탈을 목적으로 개통되었던 수인선의 역사까지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수인선 협궤열차는 시화방조제 완공 전까지 어머님들이 고깃배로 잡아 온 생선을 고무대야에 담아 남인천과 하인천까지 가서 장사할 때 이용했던 중요 교통수단이었다. 이후 개발이란 명목으로 군자만의 바다와 갯벌이 사라지고 지역 어촌계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이때부터 소래포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면 한국무장 독립운동사 마당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란 주제로 전시된 ”연해주, 시베리아, 간도, 만주 초기 한인사 역사·문화와 함께“ 관람과 생명과 삶을 살리는 공동체 시화지구간척지 대농조합연대의 구슬땀의 결정체들을 볼 수 있다.
황 위원장은 ”한인이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최초 이주한 시기부터 생활, 일제강점기 역사적 사건과 독립운동 단체의 이름, 독립운동가의 소개와 생애 등을 사진을 통해 돌아보고 이곳이 역사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당나귀와 목화밭을 담은 살섬” 이색적인 테마가 있는 장소로 이동하면 하얀 솜을 품고 있는 목화밭이 시선에 들어온다. 이곳 해설사분들에 의하면 목화를 보고 “시집갈 때 우리 어머니가 목화솜으로 이불을 해주시던 생각이 난다”라며 우시는 분들도 있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목화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이리저리 살피고 만지는 등 귀여움을 토하기도 한다고 했다.
살섬의 마스코트 당나귀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시화간척지 영농조합연대 회원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설치한 '풍년기원 강강수월래 허수아비 놀이마당'에서 풍년의 기쁨을 노래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느껴보기도 하고, ‘생명의 메카 시화간척지 역사 유래마당’에서 시화호(군자만)연안의 탄생설과 ‘마고’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황 위원장은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라 비 오면 흙탕물에, 마른 날은 흙먼지에 사진들이 더럽혀져 봉사자들이 다 닦아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지만, 우리 회원들은 이곳이 경관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지평이 되고, 그 안에 생명과 체험, 평화, 우리 민족의 역사를 누구나가 와서 배우고 교육할 수 있는 교육단지를 일구는 꿈을 함께 꾸고 있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느 때보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준비 없는 귀농은 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미래인지 해답을 찾는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체험과 더불어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화지구간척지영농조합연대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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