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 추미애 법무장관은 5월 22일 유, 아동 성착취 동영상 2만여개를 다크웹을 통해 유통한 손모씨를 미국으로 강제송환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였고 이에 대한 답변 영상에서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중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아동 성착취물의 제작, 유통자 뿐 아니라 소지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며 이와 관련된 범죄이익 환수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여 향후 성착취 관련 범죄가 대한민국에 자리잡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추미애 장관의 답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법무부 장관 추미애입니다.
지난 3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시킨 다크웹 운영자 손 모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여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게시되었습니다.
청원 게시 이후 한 달 동안 21만 9천여 분의 국민들께서 위 청원에 동의를 해 주셨습니다.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 청원에 대하여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청원과 관련이 있는 범죄인인도 제도에 대하여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죄인인도’란,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사법정의 실현을 위하여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는 국가가 범죄인이 소재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당해 범죄인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정보통신과 교통이 고도로 발달해감에 따라, 범죄도 이제 어느 한 국가 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의 초국가적 경향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범죄인인도 조약’, ‘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하고,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증거수집이나 범죄인 송환에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전 세계 70여 개 국가와 ‘범죄인인도 조약’과 ‘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여러 나라와 긴밀히 협력하는 등 강력한 국제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약과 국제공조 덕분에, 우리나라는 ①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패터슨’, ②국정농단 사건 관련 ‘정유라’, ③세월호 사건 관련 ‘유섬나’ 등을 외국에서 국내로 송환함으로써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번 청원의 대상이 되는 손 모 씨의 범죄인인도 사건 경과에 대하여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본 청원의 대상자인 손 모 씨는 2018년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2019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이후, 손 모 씨는 국내 교정기관에서 1년 6개월 동안 복역하였고, 지난 4월 27일이 형 집행 종료일이었습니다.
한편, 국내의 수사, 재판과는 별개로, 미국 연방 법무부는 2019년 4월경 우리나라 법무부에 ‘한·미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손 모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공식 요청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무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은 이후, 미국이 제시한 증거자료, 손 모 씨에 대한 국내법원의 판결문, 한국과 미국의 관련 법률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요청이 ‘한·미 간 범죄인인도 조약’, 국내법률인 ‘범죄인 인도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인인도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하여도 면밀하게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무부는 미국이 요청한 범죄사실 중 국내 법률에 의하여도 처벌이 가능하고, 손 모 씨에 대한 국내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하여 범죄인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4월 16일에 서울고등검찰청에 인도심사청구명령을 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서울고등검찰청은 서울고등법원에 인도구속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은 후, 손 모 씨의 형기가 종료한 직후인 4월 27일에 위 영장을 집행하여 다시 손 모 씨를 구속하였습니다.
그 이후, 서울고등검찰청은 4월 28일 서울고등법원에 손 모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가 적법한지 여부를 심사해 달라는 내용의 범죄인인도 심사를 청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5월 19일에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범죄인인도 심사 관련 재판이 있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법원에서는 손 모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조약과 국내법률에 비추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하여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면,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조약과 법률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는, 이번 손 모 씨의 범행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정부의 대응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성 착취물을 유통시키거나 구매‧시청하는 것은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며, 현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성 착취물 유통 등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성 착취물 유통범죄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잘못된 생각들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들로 인하여 성 착취물 유통범죄에 대하여 국내 사법당국들이 제대로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소라넷’, ‘웰컴 투 비디오’와 같은 성 착취물 유통 사이트를 통한 범행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최근에는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으신 소위 ‘N번방’사건까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컴퓨터 안의 ‘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행임을 우리는 ‘N번방’사건을 통해서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N번방’사건 관련한 수사경과를 보고받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또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우리 사회와 사법당국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한 나머지 발생한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사법당국을 엄히 질책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N번방’ 사건의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무부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등 성범죄 전체에 대한 형사사법정책의 대전환을 약속드렸습니다. 또한, 지난 4월 2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국회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을 완성하기 위하여 다수의 관련 법률을 개정하였습니다.
그 중 주요한 내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매·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 구매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는 불법 성 착취 범행을 유발하고 조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하여, 앞으로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매·시청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둘째,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 추정 규정을 신설하여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하였습니다. 익명성이 강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찾아내도 수익취득 행위별로 범죄와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해 최종 환수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범죄수익 추정 규정 신설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은 환수가 보다 용이해질 것입니다.
셋째, 범죄예방을 위하여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을 확대하였습니다. 종래에는 신상공개 대상자가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되었으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판매한 범죄자도 신상공개 대상에 추가하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및 추행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행에 대하여는 공소시효의 제한을 받지 않고 끝까지 추적하여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상과 같은 법률 개정 외에도,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형량이 선고되도록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다 엄정하게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국가는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자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일의 범죄자에게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번 범죄인인도 절차를 진행하였고,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책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웰컴 투 비디오’나 ‘N번방’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와 법무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통하여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취임하면서 한 다짐과 같이 “국민이 존중받는 편안한 나라,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를 반드시 실현시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와 법무부의 노력을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라며, 이상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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