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희정 기자
비교적 온화한 여름 날씨를 자랑하던 영국에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교통편이 마비되고 학교와 직장이 재택으로 전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19일(현지시간)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 기온이 이날 오후 4시 기준 40.3도를 찍으며 영국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런던 시내 세인트 제임스 파크, 히스로가 40.2도, 큐 가든이 40.1도로 여러 지역에서 40도가 넘었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케임브리지의 38.7도였다.
영국 기상청은 18일 사상 처음으로 수도 런던 등 동·남·중부 일대에 최고 위험 수준인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웨일스 지역은 37.1도까지 오르며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폭염에 혼란이 이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 폭염으로 인한 노선상의 안전 문제로 전국 철도편의 지연 및 취소 사례가 평소 2배 가까이 뛰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평소 출퇴근 시간대에도 혼잡한 주요 역사에서는 발이 묶인 이용객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영국 정부는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고 야외 작업이 기본인 건설 근로자들은 안내에 따라 일찍 귀가하기도 했다.
런던 루턴 공항에서는 폭염 여파로 활주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2시간 동안 모든 운항편이 중단되기도 했다.
평상시 영국은 여름에도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냉방 시설이 크게 필요가 없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이 있는 영국 가구는 전체의 5% 미만이다.
현재 런던 내 대부분의 지하철에도 냉방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직장인들에겐 찜통더위 속 대중교통을 뚫고 냉방이 되는 사무실로 출근할 것인지 재택근무를 할 지 고민거리다.
학교 200여곳은 일시적으로 휴교하거나 하교 시간을 앞당겼다. 술집과 식당도 문을 닫았다. 폭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선 음식 배달이 중단됐다.
한편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 전체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덮쳤다.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은 폭염에다가 대규모 산불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9일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64개 지역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여기에 산불로 인해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대피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최근 며칠간 폭염과 산불로 인해 1000명 넘게 숨졌다. 비교적 온난한 기후로 유명한 스페인은 지난주 45.7도로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이웃 나라 포르투갈은 47도를 기록했다.
독일 기상청도 이날 39.3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20~21일 일부 지역에서는 40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을 맞댄 네덜란드도 39도를 기록했다.
역시 무더위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 인근과 중부 토스카나, 북동부 트리에스테 등에서도 잇따라 크고 작은 산불이 보고돼 당국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으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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