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희정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책임 회피 논란에 직면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섣부른 해명으로 큰 혼란을 드렸다. 제 불찰에 감히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구청장은 15일 용산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용산구청 대회의실에 선 박 구청장은 감정을 추스리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라며 "상상도 못한 참사가 일어나니 보름이 넘도록 제 가슴은 무거운 자책과 후회에 휩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젊음이 넘치던 이태원 거리에서 그토록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내다보지 못하고 소중한 젊은이들을 보살피지 못했다"라며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했다. 특히 "사태 수습에 경황이 없었다. 섣부른 행정으로 큰 혼란을 드렸다"라며 "제 불찰에 감히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박 구청장은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라며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준비한 발언을 마쳤다. 이후 사과문 낭독을 마친 그는 울먹이면서 90도로 인사했다.
앞서 박 구청장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도 안전사고 예방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 정도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했고 핼러윈 행사가 주최 측이 없기 때문에 ‘축제’가 아닌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거센 질타를 받아왔다.
또 박 구청장은 애초 참사 당일 사고 전까지 두 차례 이태원 현장 점검을 했다고 밝혔지만, cctv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의 초청으로 지역행사에 다녀왔다던 주장은 집안 제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용산구의회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박 구청장 탄원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용산구청장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용산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한 내용을 담은 문서엔 당 윤리위 개최와 관련해 당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준비한다고 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원총회 논의 내용을 담은 문서에는 “이태원 참사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 등으로 박 구청장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구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적혔다. ‘자발적’이라고 했지만 기독교교구협의회, 의용소방대, 바르게살기운동 협의회 등 단체 6곳이 참여한다고 적시했다.
박 구청장이 핼러윈 행사 관련 사전 회의에 불참하고 참사 전 행적을 거짓 해명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에서는 현재 윤리위원회 징계가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오는 25일 박 구청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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