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임은서 기자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지원자를 선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전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과 청탁받은 지원자를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전 서대문구 환경국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교사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 서모씨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서대문구 환경국장 황모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황씨는 서대문구청 환경도시국장이자 ‘2015년도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다급(7급 상당) 임용시험’ 면접심사 위원장을 맡았다. 

서씨는 채용하는 과정에서 황씨에게 “이번 채용 때 A씨를 뽑아줬으면 한다”는 취지로 청탁했다.

면접 대상자는 총 5명이었는데 점수집계 결과 B씨는 평균점수 84점으로 1위였으나 A씨는 평균점수 82점으로 2위였다. 

점수 1위를 받은 자가 최종 합격자로 결정되는 면접심사에서 A씨는 불합격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황씨는 A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심사표에 연필로 기재된 B씨의 점수를 하향 수정하고 A씨 점수를 상향 수정해 재차 점수가 집계되도록 했다. 

그 결과 A씨 평균점수가 83점, B씨 평균점수가 82점으로 뒤집힌 결과가 도출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지원자 A씨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켜 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씨는 A씨를 구청 내에서 보조 업무를 담당하게 업무상 친분을 맺은 뒤, 이 사건 임용시험에 채용되도록 황씨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황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면접점수를 고쳐 임용시험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구청 내에 상당한 파문과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면접점수 수정 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다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서씨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서씨에 대한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최초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부를 부인했지만 이후 일관되게 서씨로부터 채용청탁을 받게 된 경위, 당시 상황, 청탁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황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1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황씨를 비롯한 다른 공무원들도 서씨가 '서대문구 2인자'로 불려왔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실제 서씨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서씨는 자신의 관심 분야 업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눈여겨보던 A씨를 채용하고자 적극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를 받던 서씨가 A씨에게 대화 내역을 지우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 경찰 조사를 받은 황씨에게 연락을 시도한 점, 구청 감사팀장을 통해 황씨의 경찰 진술을 확인하려한 점 등도 서씨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봤다.

서씨와 황씨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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