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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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4.05.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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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지은 건물, 철거하고 쫓겨나야만 하는 걸까?

[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요즘 교외로 나들이를 가면, 바다나 강가에 멋진 전망을 가진 대형 카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보면 종종 옆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들린다.
  “이렇게 큰 카페를 지은 거 보면 이 땅도 카페 주인 거겠지? 정말 부럽다!”
  물론 자신의 토지에 카페나 펜션을 지어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토지를 빌려서 건물을 지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들지도 모른다. 크고 멋진 카페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땅 주인이 나가라고 한다면? 꼭 ‘갑자기’가 아니더라도, 토지 임대차기간이 끝나 나가야만 한다면? 카페 주인은 애써 지은 멀쩡한 건물을 다 부수고 쫓겨나야만 하는 걸까?

  평소 임차인A와 임대인B는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그래서 임차인A는 임대인B 소유의 토지를 기간의 정함 없이 임차해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지었다. 당연히 건물의 소유주는 임차인A이다. 그러던 중 임차인A와 임대인B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는 일이 발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차인A는 임대인B로부터 토지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인B는 토지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 임차인A를 상대로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 청구의 소를 제기해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건물철거는 집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A가 본인이 지은 건물에 대해 임대인B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없을까?

  건물의 소유나 수목, 목축 등을 목적으로 적법하게 타인의 토지를 임대하여 사용 중인 경우,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어도 토지 위에 건물 등의 지상 시설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면 토지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전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 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임대인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토지 위의 건물 등을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하도록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법은 왜 생긴 걸까? ‘내 땅인데,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민법상 토지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은, 토지 임차인이 해당 토지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충분히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건물 등이 철거됨으로써 발생할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겠다는 정책적인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임대차기간이 끝날 때마다 토지 위에 지어진 각종 건물이나 시설이 철거되고 다시 지어지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이익을 생각해도 그리 경제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사례의 임차인A는 일반적으로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임차인A와 임대인B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이었으며, 임대인B가 임차인A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 청구 소송에서 임차인A가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패소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매수청구권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기간의 정함이 없는 토지임대차라는 이유나 임대인의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 청구 소송이 이미 끝난 후라고 하여 토지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행사에 시기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실제 이와 관련된 사건들에서 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에서 임대인의 해지 통보로 임차권이 소멸한 경우나,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로 토지 임대인이 제기한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건물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토지 위 건물 등의 매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위 사례의 임차인A 역시 임대인B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임대인B의 토지인도 및 건물철거청구 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후라 하더라도 아직 건물이 철거되지 않은 상태라면, 임대인B를 상대로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건물의 상당한 가액을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sanwoo36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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