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로 돌려보낸 '해병대원 특검법'이 재의 표결에서 부결되어 최종 폐기됐다. 이로써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두 차례의 거부권과 두 번의 부결을 거치게 되었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투표를 실시했다. 총 투표수 299표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법안은 부결됐다.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국민의힘이 108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8개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으나, 국민의힘은 특검법에 대해 '당론 반대'를 표명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8명의 의원들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의회 독재에 맞서 단일대오로 싸워야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은 위헌적 법안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다 한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도 이날(25일) "민주당이 우리 전당대회가 끝난 다음 채상병 특검법 등을 상정한 의도는 전당대회 직후 남은 감정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이 분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 때문이라고 보인다"며 "그것은 착각"이라고 발언했다.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서 3~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탈표는 3표로 보이고 무효표로 나온 1표는 (반대를 의미하는) 한자 ‘부’(否)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국회 첫 출근날 진행된 해병대원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됨에 따라, 한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주는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전략 싸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일부 반영해 특검 주체를 절충한 세 번째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이날 폐기된 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임의로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도록 했다.
한 대표 측은 "야당 대응을 보면서 제3자 추천 특검 발의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특검법이 부결되면 제3자 특검 논의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특검법 부결' 당론에도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은 4표가 나오자 "단일대오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제3자 특검 추천안'을 고리로 여당에 특검법 처리 협조를 압박할 계획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향후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채 상병 특검법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 대표가 수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당으로선 특검법 통과를 위해 크게 양보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특검법 부결을 계기로 '더 강력한 특검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 발의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상설특검과 관련한 국회 규칙을 수정해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하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오는 8월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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