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채원 기자
국민의힘이 22일 당 정책위원회와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공동으로 주최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를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대표인 한동훈은 "민주당이 정쟁과 민생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민생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첫 번째 사안이 금투세 폐지라고 생각한다. 금투세 폐지를 정치 회복의 첫 번째 안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청년층 자산 형성이 자본시장에 집중돼 있는데,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는 수익이 연 5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동훈은 "금투세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으며, 이에 다수의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세에서 얻을 실익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금투세 폐지라는 명확한 신호를 늦기 전에 국민에게 보내야 한다. 연말이나 가을이 되면 이미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될 위험이 크므로 금투세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금투세가 이중과세의 성격을 가지며, 투자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 폐지 근거로 △이중과세금지 원칙 위반 △원천징수로 인한 유동성 감소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비용 증가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증권거래세와 금투세가 동시에 적용되므로 금투세는 이중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300조~500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대만이 금투세를 도입한 후 주가가 40%까지 폭락했으며 결국 폐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토론자는 초청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또한 금투세 폐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 정책관은 "현재 코리아디스카운트와 금융소득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시장의 매력이 사라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금융소득 과세는 형평성보다 조세의 효율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이 이 문제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는 금투세 폐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민주당도 지금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1대 99'라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했지만, 현재 99%의 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 있어 국민의힘이 독점적인 공을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약 폐지에 합의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함께 이뤄낸 성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할지, 유예할지, 아니면 폐지할지에 대한 당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당대표 후보 시절 방송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와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의총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투세를 2년 유예한 만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폐지 주장과 민주당의 보완 입장이 맞서다가 결국 유예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투세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 임광현 의원은 금투세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고, 손익통산에 따른 결손금 이월공제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금투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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