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채원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해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날 대정부질문에는 한 총리뿐만 아니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해 의료 및 사회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논쟁이 벌어졌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잇따른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야당 의원석에서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자, 한 총리는 "그건 가짜뉴스다. 어디에서 죽어 나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한 표현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죽어 나간다는 표현은 저를 매우 화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 총리는 "어떤 속도로 증원을 할지는 정책 당국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조차 그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며 "잘못한 부분은 시인하라"고 따졌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 주장은 비합리적이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전부 가짜뉴스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정부는 그러한 사례들을 모두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응급실에서 죽어 나간다는 표현은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의료계의 요구 중 하나인 의대 증원 유예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 한 총리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왜 경질하라고 하느냐"며 "책임자들이 이미 사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이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가장 먼저 책임이 있는 것은 전공의들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중증 환자를 두고 떠나는 의료 파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은 의사 수가 부족해 의대 증원에 찬성하지만, 기존의 편리했던 의료서비스가 불편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의료 개혁은 국민의 그런 열망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는 필수의료 확충, 지역의료 체계 완성,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완화 등 의료 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의원은 "주 80시간 근무, 36시간 연속근무 등 전공의들의 가혹한 환경을 무시한 채 값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먼저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1차 의료 개혁안 중 첫 번째가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다"라며 "필수 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민주당 김윤 의원이 구체적 통계를 제시하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한 총리는 "김 의원님께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시므로 면밀히 검토하셨을 것이라 믿는다"며 "다만, 1만2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의료계를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 환자 1000명당 사망자는 78.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0명보다 1.6명 증가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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