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김준란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록 밴드 ‘더 크로스’의 가수 김혁건을 만났다.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 판정을 받은 김 씨는 장애를 딛고 의사마저 불가능하다고 했던 노래를 다시 시작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김혁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사고 이후 다시 노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다시 노래해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느 날 배를 누르면 복식호흡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다보니까 노래를 부르려는 의지와 열정이 더 생기게 되고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희망이 없으면 삶이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함께 나누고, 또 노래 가사에는 의미가 다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함께 공감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Q.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연습하면서 막상 좌절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나요?
아직까지도 완전히 극복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똑같이 힘든 일이 있으면 절망하고 그러는데요, 극복했다는 것 보다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Don't give up! 아직도 매일 아프고 통증도 계속되고 잠도 잘 못 자는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그런 과정에 있습니다.
Q. 얼마 전에는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사학위라고 하니까 대단히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몸이 불편하니까 할 수 있는 범위가 적고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특별히 할 게 없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사람이 이가 안되면 잇몸으로 한다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까 누워서 영상강의를 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복무했던 군 부대에서 제 소식을 듣고는 저를 불러 위문공연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수천 명의 군인들과 함께 노래를 하면서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를 같이 외치는데, 그런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손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데 손으로 밥을 먹으려고 도전하고 있고요, 운전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거죠. 제 삶을 조금씩 되찾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책도 출간하셨던데,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넌 할 수 있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출간했습니다. ‘넌 할 수 있어’는 제가 다치기 전에 장애인들을 위해 부르려고 만들었던 노래입니다. 제가 장애인이 되고 나서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되었죠. 이 노래는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기도 했지만 제 자신에게 다짐을 하는 노래가 됐습니다.
에세이집도 마찬가지로 제가 겪은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제가 겪은 경험이 희귀하기도 하지만 병원에만 가봐도 아프신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도전정신도 일깨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욕창이 생기는데, 그 때 자세에 변화를 주면 욕창이 생기지 않을텐데 이 사실을 거의 대부분 모릅니다. 이런 여러 내용들이 제 에세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Q. 대학교수로 강의도 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으신가요?
오산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해야하는 일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공인으로서 몸을 다쳤기 때문에 제 한 마디 한 마디가 영향력이 있을 것이고, 저와 같이 몸이 아픈 분들이 저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장애인들의 발전을 위해 사회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인 활동보조 시스템이 올해 바뀌면서 원래 24시간 케어를 받던 장애인들이 보조인을 하루 8시간 이상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3~4명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대한 법안 수정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 65세 이상 장애인들이 활동보조금을 받지 못해서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들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대통령께 이러한 지원을 호소했는데요, 이렇게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가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항상 더 좋은 노래를 발표하고 또 예전 노래를 다시 도전해서 예전처럼 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소에서 복식호흡조절장치도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더크로스에서 신곡 ‘송곳’을 발표했는데, 이번 노래는 제 컨디션에 맞춰 편안히 들려드릴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이전까지는 ‘Don’t cry’처럼 어려운 노래를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노래를 통해서는 편안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신곡 많이 사랑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과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제 팬카페가 있는데 활동을 많이 합니다. 그분들이 계속 저의 노래를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응원이 있는 한 저는 끝까지 노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서 힘들고 지칠 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청년들은 오산대학교로 오라고 말하고 싶네요. 저희 학교에는 저 말고도 시각장애인 교수님이 계시는 등 자연스럽게 장애인식 개선이 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사회복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함께하고 싶은 학생들은 오산대학교에 와서 저의 제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혁건씨는 인터뷰 당일 오전 8시 25분 KBS 1TV ‘아침마당’에도 출연해 시청자들을 만나는 등 방송활동도 활기차게 하는 중이다. 예기치 않은 삶의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비추고 있는 김혁건씨가 세상을 얼마나 더 환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킬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nbn 시사경제, nb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