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탁계석 K-Opera 회장
오래 전의 TV 문학관. ‘사라지는 것들’, 이문열 원작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다. ‘갓’을 만드는 명인(名人)의 마을에 역병(疫病)이 돌자 가족들은 어버지를 산에다 밀폐시킨다. 전수를 받던 아들은 그래도 아버지를 버려둘 수 없다며 찾는다. 그러자 ‘너는 나를 이어야 할 장인’이라다며, 부친은 벼랑에서 몸을 날린다. 아들은 선비의 정신이 깃든 갓에 일생을 건다. 그러나 곧 세상이 변하고 만다.
대궐 정자(亭子)에서 시조(時調)를 읇조리는데, 하인이 방앗간을 채려 덩더쿵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시조는 사라지고 만다. 처녀, 총각이 논과 밭에서 김을 매면서 부르던 노동요 역시 아스팔트길이 생기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면(綿)이 아닌 나일론 소재의 옷이 장터에서 날개 돗힌듯 팔린다. 곡마단이 장터에 풍악을 울린다. 서울을 다녀 온 양반이 상투를 자르니 갓은 더이상 존재하지 못한다. 이문열 작가는 갓의 제작 과정과 마을의 원형적 풍경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려한 것 같다. 모든 예술이 시대의 삶과 사회상을 업어야 하는 이유다.
인구 소멸로 사람과 마을이 사라지는 세상
‘185조 쏟아 붓고도 피하지 못한 인구감소 시대’! 1980년대 매년 50만 명 이상이 증가했으나, 지난해 사상 가장 적은 8,000명에 그쳤다고 한다. 저출산 대책이 아동수당 등 현금복지 형태로 집중 지원되고 보육시설이나 경력 단절, 집값 상승, 사교육비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뒷전에 놓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현실도 고려되지 못했다.
창작오페라는 어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페라 아카데미로 다(多)출산 시대를 맞았다. 대본, 작곡가의 협업도 원활해졌고, 기술과 역량도 높아진 것 같다. 이제 완성본의 고지를 향해 오르는 오르막길이다. 갓을 만들던 명인처럼 작품에 긍지를 넘어 관객이 박수를 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음악 역시 매우 가파른 감소세이고, 작곡가도 갓 만드는 장인처럼 점차 사라질지 모른다.
지속 공연과 선순환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출산에서 수백조 예산이 허무하듯이, 오페라 역시 우리 말로된 아리아 하나가 불려지지 않는 현실을 누가 개선할 것인가. 이건 총체적 시각의 국립오페라 같은 컨트롤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지금의 열기를 용광로 불길로 살리지 못하면, 창작오페라 70년 역시 내리막길로 갈지 모른다.
기회는 지금이다. 뮤지컬을 본 세대들이 중년에 이르렀다. 젊은 연애 시절에 보았던 것들에 오페라가 끌어안아야 한다. 삶의 이야기가 깃든 우리 스토리로 관객 개발을 해야 희망이 있다.
주목끄는 이재신 오페라 작곡가, 4월 신작 가곡과 아리아 갈라 콘서트
이재신 오페라 작곡가가 그의 작업 과정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4월엔 신작 가곡과 아리아 콘서트도 할 것이라 한다. 콘서트 형식부터 먼저 알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는 ‘음악 중의 음악인 오페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작곡가의 자존심 문제’라고 말한다. 작곡가는 비빌 언덕이 없이 막연했단 상황에서 아카데미가 눈을 열어주고 무대를 제공해 자신감을 갖게 했다며, 오페라는 피해 갈수 없는 작곡가의 정면 승부이고 이번 갈라 콘서트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려 한다고 했다.
창작산실, 말 그대로 출산이다.이젠 육아가 필요하고, 작곡가의 살 집도 마련해 주는 등의 종합적 대책이 따라야 한다. 수백억을 쏱고도 작품 하나 레퍼토리로 극장에 안착시키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될 것이란 불안감을 떨치는 것에 제대로의 오페라 정책과 행정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다음 계단은 무엇일까? 기금 사용의 효율성은 무엇일까? 오페라를 다루는 정책기관의 마인드가 중요하고 더욱 전문성의 디테일이 살아나야 할 때다.
K-OPERA 역량 집중과 네트워크 만들어 갈 것
K-Opera조직위는 세종카메라타와 예술위원회 아카데미 대본, 작곡가들과 다음 단계의 작업들을 심화토론으로 끌어 낼 것이다. 아울러 정보 및 홍보가 되면서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신문도 만들어 네트워킹을 강화하고자 한다.
안양대 오동국교수가 매년 갈라콘서트에서 우리 오페라 아리아와 서양 아리아를 전후반에 놓은 바. 관객 대부분이 우리 오페라가 더 좋다는 반응은 확인한 것은 밝은 전망이다. 우리 오페라가 영화처럼 관객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예술의전당이 ‘창작쿼트제’를 도입해 변곡점을 만드는 혁신이 있다면 서양음악사에서 한국음악사로 변할 것이다. (이런 땐 예술의전당 사장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듬). 누가 할 것인가? 교향악축제를 만든 것, 30년을 정숙(?)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중이 소란할 정도의 예술혼이 살아있는 극장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로 신발을 내 던졌던 그런 청중을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 세계 음악사에 우리 작곡가 이름을 올리고 싶은데, 지휘자의 지휘봉을 춤추게 할 그런 작품을 만들 낼수는 없을까?
코로나 정국에, 깊은 숙고(熟考)의 시간을 갖었으면 한다. 사라지는 것이 사라지지 않고 새 생명으로 잉태하는 것, 바로 우리의 몫이다.
< 근자의 오페라 작품들>
이철우 작곡가: 동녘, 쌍백합 요한 루갈다, 학동 아리랑, 김락. 장화왕후, Viva Christo!(미발표)
박창민 작곡가: 왕산 허위, 광염소타나. 무녀도, 유랑, 배비장전, 놀부전
성용원 작곡가: 혹부리영감과 음치도깨비, 나인테일즈, 도깨비 싱어즈 , 다위, 두근두근 우체통, 단종의 눈물, 송강별곡, 밥할머니
이용주 작곡가: 윤동주, 이화이야기, 시장사람들, 박혁거세, 유관순, 장욱진,
신동일: 테이크 아웃, 로미오 대 줄리엣,
김은혜 작곡가: 도깨비 동물원, 며느리 방귀 복방귀.
최현석 작곡가: 오 예수, 선구자, 도산안창호, 불량심청, 죽지랑, 명랑선화, 우륵, 신라의 달밤, 웅치, 처용’s 처, 마담수로, 처사남명
고태암 작곡가: 붉은 자화상
백현주 작곡가: 해운대, 선비
임희선 작곡가: 고집불통 옹
나실인 작곡가: 나비의 꿈, 검은 리코더
박영란 작곡가: 미스킴
현석주: 이중섭
안효영: 텃밭 킬러
세종카메라타: 임준희 마녀, 바리, 최우정 달이 물로 오르듯, 최명훈 열여섯 번의 안녕, 신동일 검으나 흰 땅, 달나라 연속극. 나실인 비행사.
창작 아카데미: 오예승 파파가든, 김천욱 달의 기억, 이재신 케벨로스 이야기, 현석주 망각의 나라. 신동일 한 아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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