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사실만을 쓴 온라인상 후기도 ‘명예훼손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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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사실만을 쓴 온라인상 후기도 ‘명예훼손죄’가 될까?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3.10.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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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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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댓글’이나 ‘후기(리뷰)’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인터넷에 검색하여 후기부터 확인한다. 요즘은 플랫폼 자체에서 리뷰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별 다섯 개 리뷰를 써주시면 서비스를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그만큼 온라인 리뷰 하나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리뷰를 썼을 경우,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업체들도 종종 등장한다. 리뷰는 소비자가 가진 표현의 자유 중 하나이다. 소비자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고의를 담은 악의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것은 당연히 큰 잘못이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 리뷰도 명예훼손죄가 되는 걸까? 

얼마 전 A는 몸이 불편한 지인과 B 식당을 방문하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종업원들이 자신들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것은 물론 음식을 가져다주는 태도마저 불친절했다. 결국 두 사람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쫓겨나듯 식당을 나와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러한 차별적인 대우를 받게 된 A는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의 지역 커뮤니티에 해당 사실이 포함된 후기 글을 올렸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또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 A는 B 식당의 주인으로부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리지 않으면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A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인해 B 식당에 항의 전화가 이어져 영업에 피해를 받았으며 B 식당과 직원들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형법’상 규정되어 있는 ‘명예훼손죄’란 누군가 타인의 신분이나 혈통, 지식, 직업, 품행, 성격, 경제력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다. 일반적으로 명예에는 개인의 가진 인격에 대한 객관적 사실로서의 내부적 명예와 스스로의 가치판단에 의해 형성된 주관적 명예, 사회나 타인에 의해 형성된 외부적 명예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명예훼손죄’에서 문제가 되는 명예는 이중 외부적 명예가 훼손당한 경우이다.

(출처: 프리픽)
(출처: 프리픽)

단순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명예감정’이 훼손된 것만으로는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내용으로 인해 누군가의 구체적인 외부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적시된 내용을 통해 대상이 누구인지 정황상으로라도 특정될 수 있어야 하며, 그 내용을 불특정 다수인이 인지하여 지목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인정될 만큼 공연하게 유포된 상황이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명예훼손적인 행동이나 발언 등의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사실인지는 ‘명예훼손죄’ 자체의 성립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다만 적시된 내용이 사실인 경우라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문제가 된 경우보다 법규상 정해져 있는 처벌의 수준이 가벼운 편이며,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죄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한 경우라면 ‘형법’이 아닌 일명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아 더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된다. 인터넷 등이 가진 익명성의 문제와 빠른 전파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외에 가해 행위자에게 타인을 비방할 의도가 추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는 경우 가해자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A의 경우 사실만을 적은 후기로 인해 명예훼손이 문제 된다는 점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현행법상 명예훼손의 경우 문제가 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해당 내용으로 인해 지목된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라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A가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로 인해 B 식당과 식당 종업원들의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당한 경우라면,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이유가 비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sanwoo36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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