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노준영 기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한 곳인 코인베이스와 대형 투자자 피터 틸이 후원하는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대출업체 볼드가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
볼드는 고객의 코인 인출을 중단하면서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고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볼드의 다르샨 바티자 최고경영자(CEO)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변동성이 큰 시장 여건, 주요 협력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 현 시장 환경 등 때문에 재무적 난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티자 최고경영자는 이 여파로 지난달 12일 이후 고객들이 1억 9770만 달러(2561억 원)의 암호화폐를 인출했다며, 이에 따라 암호화폐 인출과 거래 및 예치 중단을 밝혔다.
또한 그는 재무 및 법률 자문사들과 함께 "구조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런 조치는 볼드 보유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최선책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원에 모라토리엄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볼드는 지난달 16일 자사가 셀시우스나 3AC에 노출돼 있지 않다면서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당시 볼드는 모든 인출이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볼드는 3주도 채 안 되어 3AC 붕괴가 고객들의 인출사태 방아쇠를 당겼다면서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인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볼드의 이날 인출중단 선언은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 불어닥친 수개월 간에 걸친 암호화폐 가격 폭락이 도미노처럼 업체들을 쓰러뜨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볼드는 한때 미국 최대의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설립한 발라벤처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유망 업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미국 달러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와 형제 코인 루나가 붕괴하면서 그 충격이 암호화폐 업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가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암호화폐 업계 최대 기관투자가 가운데 한 곳인 헤지펀드 스리애로스캐피털(3AC)은 최근 파산했다. 지난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았고 곧바로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3AC에 돈을 물린 코인 거래소 보이저디지털은 지난 1일 코인 거래와 인출·예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앞서 이 회사는 코인 거래소 FTX의 계열 회사로부터 긴급 구제금융 자금을 받았다.
3AC 부실 대출로 8000만 달러(1036억 원) 손실을 본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업체 블록파이도 FTX로부터 긴급 대출을 받았다. FTX는 최근 블록파이에 대한 ‘리볼빙 크레디트’(기업용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2억 5000만 달러(3200억 원)에서 4억 달러(5200억 원)로 늘렸다.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디파이 플랫폼 방코르와 바벨파이낸스, 코인 거래소 코인플렉스 등도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방코르는 지난달 코인 시장 악화를 이유로 투자자 보호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고 바벨과 코인플렉스는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아울러 주요 코인 대출업체 중 하나인 제네시스의 경우 3AC 파산과 바벨 인출 중단 사태로 잠정 손실 규모가 수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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