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노준영 기자
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5일 유가족과 서울시가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를 두고 대치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유족 측은 철거를 시도할 경우 분신을 하겠다며 맞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 측은 4일 오전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으로 추모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에 대비해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던 기동대 경력 3000여명을 서울광장 인근으로 이동·배치했다.
그러다 서울시청 앞에 도착하자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만들고 영정사진을 놨다.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지난달 31일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했는데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아 시청 앞 광장에 대신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직원 70여 명을 투입해 분향소 강제 철거를 시도하며 유족 측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유족 측에서 20대 여성 1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 45분경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분향소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5일 입장을 내고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거듭 유감을 표한다. 유가족분들이 마음 깊이 추구하시는 국민 공감을 얻기에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시는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멀지 않은 곳에 상징성 있고 안온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셨다"며 "그래서 녹사평역 내에 우천 시에도 불편함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장소를 제안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고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경우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반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할 수 없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의 입장에 "추모공간 마련에 협조하겠다는 서울시장의 약속을 믿고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로공원에 분향소 설치를 타진했으나 시는 분향소는 물론 100일 시민추모대회 광화문 북광장 사용도 불허했다"며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추모를 침묵시키려는 노골적인 조치다"라고 반발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도 "지하 4층에 마련돼 찾아가기 어려운 녹사평역에서 조문을 받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유족 측은 서울시가 제시한 자진 철거 시한을 앞둔 6일 오전까지도 분향소 철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전 “자진 철거 없이, 강제 철거가 들어오더라도 버티며 그냥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hwnsdud_124@naver.com
nbn 시사경제, nbnbiz